
카스테라를 처음 구워봤을 때, 사실 별거 아니겠지 싶었습니다. 네모난 틀에 반죽 넣고 구우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요. 그런데 오븐에서 꺼낸 순간 식빵처럼 봉긋하게 솟아오른 카스테라를 보고 멈칫했습니다. 허니 카스테라는 꿀이 들어가 촉촉함이 더해지는 것이 핵심인데, 모양부터 잡히지 않으면 의미가 없겠더라고요.
유산지 세팅, 생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카스테라를 처음 만드는 분이라면 유산지 세팅을 그냥 대충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해보면, 유산지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해서 반죽이 옆으로 흘러내리거나 구움색이 얼룩덜룩하게 나오는 일이 생깁니다.
카스테라 틀의 높이가 8.5cm라면, 유산지는 그보다 높은 10cm 정도로 잘라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두께감 있는 유산지를 쓰는 겁니다. 얇은 유산지는 반죽의 무게나 열에 의해 쉽게 축 처지기 때문에 형태를 잡아주지 못합니다. 또한 유산지를 틀보다 높게 세워야 반죽이 부풀어 오를 때 옆으로 퍼지지 않고 위로 올라오게 됩니다.
세팅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틀의 가로와 높이에 맞춘 유산지를 먼저 깔아준다
- 그 위에 틀보다 높게 자른 유산지를 한 번 더 둘러준다
- 마지막으로 틀의 길이에 맞춘 유산지를 위에 덧대어 고정한다
컨벡션 오븐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오븐 바람에 유산지가 날릴 수 있으니, 남은 반죽을 유산지 위에 얇게 발라 고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작은 차이 하나가 나중에 카스테라 옆면 모양을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기포 제거, 카스테라 식감의 생명입니다
카스테라를 스펀지 케이크와 구분짓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조직감입니다. 스펀지케이크(Sponge Cake)란 계란의 기포를 이용해 부풀리는 거품형 케이크로, 카스테라도 같은 방식으로 반죽을 만들지만 그 이후 과정에서 확연히 달라집니다. 카스테라는 기포가 없는 촘촘하고 균일한 결이 생명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큰 기포를 최대한 제거해야 합니다.
반죽을 만들 때 휘핑(Whipping) 과정에서 기포가 형성됩니다. 여기서 휘핑이란 핸드믹서를 이용해 계란과 설탕 혼합물에 공기를 불어넣어 부피를 키우는 작업을 말합니다. 반죽이 아이보리색으로 밝아지고 거품기 자국이 선명하게 남을 때까지 중강속으로 약 7분 이상 돌린 뒤, 반드시 저속(1단)으로 3분 이상 추가로 돌려 큰 기포를 잡아줘야 합니다. 이때 핸드믹서는 수직으로 고정하고, 볼을 손으로 천천히 돌리면서 작업하면 기포 제거가 훨씬 고르게 됩니다.
팬닝(Panning) 과정도 놓치면 안 됩니다. 팬닝이란 완성된 반죽을 틀에 붓는 작업인데, 이때 약 20cm 높이에서 흘려 부으면 낙하하는 과정에서 큰 기포가 자연스럽게 터집니다. 반죽을 다 부은 뒤에는 꼬치나 젓가락으로 한 번 더 저어주고, 틀을 가볍게 3번 정도 바닥에 떨어뜨려 남은 기포를 마저 제거합니다. 제가 직접 해보니 이 과정을 생략했을 때와 꼼꼼히 했을 때 단면 차이가 육안으로도 확연히 보였습니다.
굽기, 오븐 환경에 따라 방법이 달라집니다
굽는 방법은 사용하는 오븐의 종류에 따라 접근을 달리해야 합니다. 컨벡션 오븐(Convection Oven)이란 내부에 팬이 달려 열기를 강제 순환시키는 오븐으로, 열이 고르게 퍼지는 장점이 있지만 카스테라처럼 직사각형 틀을 쓰는 경우 바람 때문에 한쪽으로 기울어지며 구워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는 오븐 맨 윗칸에 오븐 팬을 뒤집어 올려 바람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유산지와 오븐 팬 사이에는 약간의 공간을 두어야 하고, 반죽이 충분히 부풀고 윗면에 연한 구움색이 돌기 시작하면 그때 팬을 제거하고 마저 굽습니다. 온도는 180℃에서 시작해 160℃로 낮춰 가며 굽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저는 데크오븐(Deck Oven)에서도 구워봤습니다. 데크오븐이란 열판 위에 틀을 직접 올려 위아래 열로 굽는 방식의 오븐으로, 바람이 없어 카스테라에 유리하지만 대신 열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어 중간에 틀을 180도 돌려줘야 했습니다. 반죽이 충분히 부풀어 오른 뒤에는 나무 윗판에 실리콘매트를 깔아 뚜껑처럼 덮어 눌러줬는데, 이 과정이 직사각형의 평평한 카스테라 형태를 만드는 데 결정적이었습니다. 처음에 이걸 몰라서 식빵 모양의 카스테라를 꺼낸 뒤 한참 멍하니 바라봤던 기억이 납니다.
숙성, 하루를 기다려야 제맛이 납니다
카스테라를 다 굽고 나서 바로 잘라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지만, 사실 이 단계를 건너뛰면 아깝습니다. 갓 구운 카스테라는 수분 분포가 고르지 않아 겉은 퍽퍽하고 속은 아직 안정이 덜 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오븐에서 꺼낸 직후에는 틀째로 3번 가볍게 떨어뜨려 내부 수증기를 빼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다음 코팅된 베이킹 시트를 덮고 뒤집어서 유산지를 제거한 뒤 윗면이 눌릴 수 있도록 잠시 식힙니다. 완전히 식힌 뒤에는 랩으로 꼼꼼하게 밀봉하여 실온에서 하루 숙성시켜야 합니다.
수분 이동(Moisture Migration)이 핵심입니다. 수분 이동이란 식품 내부의 수분이 온도 차이나 농도 차이에 의해 고르게 재분배되는 현상으로, 카스테라의 경우 숙성을 거치면 이 과정을 통해 전체적인 촉촉함이 균일해집니다. 실제로 갓 구운 것과 하루 지난 것을 나란히 잘라 먹어보면 차이가 꽤 납니다. 제가 직접 비교해봤는데, 하루 숙성 후 카스테라는 꿀이 고르게 스며든 느낌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제과·제빵 품질 기준 자료에 따르면, 유지 성분과 당류가 함께 들어간 제품은 숙성 과정에서 조직이 안정화되어 풍미가 개선되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카스테라에 식용유와 꿀이 함께 들어가는 것도 이 원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또한 계란 관련 가공식품의 품질에 대한 국립농업과학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른자의 레시틴 성분이 유화작용을 도와 반죽의 수분 보유력을 높여준다는 점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출처: 국립농업과학원). 허니 카스테라 레시피에서 노른자를 추가로 넣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식감이 훨씬 부드럽고 목 메임이 없는 것도 노른자의 유화력 덕분입니다.
처음 카스테라를 만들었을 때 버터를 써봤다가 밀도가 높고 퍽퍽한 결과물을 받아든 경험이 있습니다. 식용유를 쓰는 이유를 그때 비로소 이해했습니다. 가벼운 식감과 촉촉함은 향 없는 액체 오일이 만들어주는 것이고, 버터는 그 반대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일반적으로 버터가 더 맛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카스테라만큼은 식용유가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허니 카스테라는 재료보다 과정에서 완성되는 빵입니다. 유산지 세팅부터 기포 제거, 굽기 방식, 숙성까지 각 단계가 모두 맞물려야 비로소 그 특유의 촉촉하고 부드러운 결이 살아납니다. 처음에 모양이 이상하게 나오더라도 실망하지 마시고, 오늘 정리한 순서대로 한 단계씩 짚어가며 다시 도전해 보시길 권합니다. 한 번만 제대로 성공해보면, 그다음부터는 훨씬 자신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