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하면, 처음 몽블랑을 만들었을 때 저는 밤크림만 잘 짜면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완성품을 보니 크림이 흘러내려 엉망이 되어 있었고, 원인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 있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몽블랑의 구조와 핵심 포인트를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몽블랑의 구조와 머랭의 역할
몽블랑(Mont Blanc)이라는 이름은 프랑스어로 '하얀 산'을 뜻합니다. 밤크림을 가늘게 짜 올려 만든 모습이 눈 덮인 알프스 최고봉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형태는 만드는 사람에 따라 꽤 다양한데, 타르트 위에 올리기도 하고, 컵에 담아 파르페처럼 만들기도 하며, 무스 형태로 성형하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 저도 이 세 가지를 모두 만들어봤는데, 그 중에서 머랭 위에 바로 크림을 올리는 방식이 비주얼과 식감 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머랭 쿠키는 몽블랑의 기초 뼈대가 됩니다. 여기서 머랭이란 달걀흰자에 설탕을 넣고 거품을 내어 굳힌 것으로, 가볍고 바삭한 식감이 특징입니다. 머랭이 충분히 건조되지 않으면 달걀흰자 특유의 비린 냄새가 남기 때문에 저온에서 장시간 굽는 것이 중요합니다. 컨벡션 오븐 기준 80℃에서 약 6시간, 가능하다면 전날 밤에 오븐에 넣고 다음 날 아침까지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프렌치 머랭(French meringue)은 이탈리안 머랭, 스위스 머랭과 함께 대표적인 머랭 방식 중 하나입니다. 프렌치 머랭이란 달걀흰자에 설탕을 직접 넣고 차갑게 휘핑하는 방식으로, 가열 과정 없이 만들기 때문에 세 가지 중 만들기 가장 간단합니다. 달걀흰자 무게의 두 배 정도 되는 설탕을 두 번에 나눠 넣어 단단하게 올린 뒤, 1cm 원형 깍지를 끼운 짤주머니로 탑처럼 쌓아 올려 짜주면 됩니다.
마스카포네 크림, 여기서 무너지면 끝입니다
제가 처음 실수한 부분이 바로 여기였습니다. 마스카포네 크림을 충분히 단단하게 휘핑하지 않은 채로 그 위에 밤크림을 짜 올렸는데, 완성되기도 전에 크림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마스카포네 크림은 몽블랑의 구조를 잡아주는 내부 기둥 역할을 합니다. 이 크림이 흐물거리면 위에 올리는 밤크림이 고정될 곳을 잃고 그대로 흘러내립니다.
마스카포네(Mascarpone)란 이탈리아산 생크림 치즈로, 일반 생크림보다 지방 함량이 높아 휘핑 후에도 단단한 조직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방 함량이 높은 만큼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휘핑 전 재료와 도구를 모두 충분히 냉장시킨 상태에서 작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 키르슈(Kirsch)를 조금 넣어 풍미를 더해줄 수 있습니다. 키르슈란 체리를 발효·증류해 만든 무색의 브랜디로, 밤 특유의 묵직한 단맛과 잘 어울립니다.
크림을 단단하게 올린 뒤에는 스패출러로 표면을 균일하게 다듬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크림 표면을 봉긋하고 일정한 막대 형태로 정리해 두어야, 그 위에 짜는 밤크림이 틀어지지 않고 뼈대 모양 그대로 올라옵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 다듬는 과정을 대충 넘기면 겉에서 보이는 밤크림 선이 울퉁불퉁해지고, 전체적인 완성도가 확연히 떨어집니다.
밤크림 만들기, 서두르면 반드시 후회합니다
밤크림을 만드는 과정에서 저는 한 번 크게 낭패를 본 적이 있습니다. 밤 스프레드를 충분히 풀지 않은 채로 밤 페이스트를 넣고 섞었더니, 크림 전체에 덩어리가 생겼고 결국 234번 몽블랑 깍지의 작은 구멍들이 막혀버렸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밤 스프레드(chestnut spread)와 밤 페이스트(chestnut paste)는 이름이 비슷하지만 성질이 다릅니다. 밤 스프레드는 당도가 높고 부드러운 편이며 잼과 유사한 질감입니다. 반면 밤 페이스트는 당도가 낮고 질감이 훨씬 되직하여 모양을 잡는 데 적합합니다. 두 가지를 혼합해서 사용하면 풍미와 작업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습니다.
올바른 작업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밤 스프레드를 거품기로 충분히 부드럽게 풀어줍니다
- 그 위에 밤 페이스트를 넣고 고르게 섞어줍니다
- 덩어리가 남아 있다면 체에 내려 완전히 제거합니다
- 짜기 전에 손이나 따뜻한 물을 이용해 크림을 살짝 데워 경도를 조절합니다
- 크림이 너무 단단하면 우유를 소량 넣어 농도를 맞춥니다
단, 우유를 넣는 순간 유통기한이 짧아지기 때문에 당일 판매 또는 소비를 원칙으로 해야 합니다. 몽블랑 완제품을 냉동 보관할 경우에는 마스카포네 크림 대신 해동 후 수분이 적게 나오는 무스 크림으로 대체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 경험상 이 방식으로 만든 제품은 해동 후에도 모양과 식감이 잘 유지되었습니다.
국내 제과 시장에서 몽블랑은 가을 시즌 한정 메뉴로 많이 활용됩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밤은 국내 가을 시즌 디저트 수요에서 주요 식재료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을에만 먹어야 하나요? 계절 변형 아이디어
몽블랑은 밤을 쓰는 디저트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저는 이 공식을 한번 깨봤습니다. 학교 수업 중에 밤 대신 망고 퓨레와 패션프루트 크림을 사용해 여름 버전 몽블랑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결과물을 먹어보니 의외로 상큼하고 가볍게 마무리되어 밤 버전 못지않게 맛있었습니다.
기본 구조는 동일하게 가져가되, 밤 크림 자리에 다른 과일 페이스트나 커드를 넣어주면 됩니다. 여름에는 망고나 패션프루트, 봄에는 딸기나 라즈베리 등을 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과일 계열은 수분이 많기 때문에 크림의 되기를 밤크림보다 조금 단단하게 조절해야 흘러내리지 않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 첨가물 기준에 따르면, 데코 스노우(장식용 슈가 파우더)에 사용되는 항고결제의 종류와 허용 기준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는 제과 제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기준이므로, 상업용으로 제조할 경우 반드시 확인이 필요합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몽블랑에서 234번 몽블랑 깍지는 빠질 수 없는 도구입니다. 234번 깍지란 작은 구멍이 여러 개 뚫린 특수 깍지로, 이것으로 크림을 짜면 가는 실 형태가 여러 가닥 동시에 나오면서 눈처럼 쌓이는 특유의 질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깍지로 밤크림을 전체적으로 감아 올린 뒤 데코 스노우를 살짝 뿌리면 눈 덮인 산을 연상시키는 비주얼이 완성됩니다.
결국 몽블랑은 세 가지 요소가 각각 제 역할을 해야 완성되는 디저트입니다. 충분히 건조된 머랭, 단단하게 올라온 마스카포네 크림, 덩어리 없이 부드럽게 정리된 밤크림.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허술하면 겉보기엔 몰라도 먹는 순간 무너집니다. 처음엔 손이 꽤 가는 디저트처럼 느껴지지만, 한 번 제대로 만들어 두면 머랭은 미리 구워 보관하고 크림만 당일에 만들어 조립하면 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활용도가 높습니다. 가을이 오면 한 번쯤 직접 만들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