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바이 초콜릿 열풍이 한창일 때, 재료를 사러 마트에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온 경험 있으신가요? 저도 딱 그 상황이었습니다. 피스타치오 페이스트는커녕 껍질 벗긴 피스타치오조차 구하기 어려웠던 그 시절, 결국 일반 피스타치오를 사서 하나하나 껍질을 까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직접 만들어보면서 느낀 점과 유의할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피스타치오 페이스트, 직접 만들어야 할 때 생기는 일들
두바이 초콜릿의 핵심은 피스타치오 페이스트입니다. 시판 페이스트를 구할 수 있다면 가장 편하지만, 유행이 절정일 때는 그마저도 동이 나버려서 직접 만드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스타치오를 페이스트로 만들려면 로스팅(roasting), 즉 충분한 볶음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로스팅이란 견과류 내부의 지방 세포를 열로 활성화시켜 기름이 잘 배어나오도록 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이 부족하면 블렌더로 아무리 갈아도 페이스트 형태가 나오지 않고 분말 상태에서 멈춰버립니다. 저도 첫 시도에서 이 실수를 했는데, 결국 오일을 따로 추가해서 억지로 페이스트를 완성했습니다. 볶음이 충분했다면 오일 없이도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원래 두바이 초콜릿 레시피에는 타히니(tahini)가 들어갑니다. 타히니란 참깨를 갈아 만든 페이스트로, 피스타치오만 사용했을 때 생기는 단조로운 지방향을 잡아주고 고소함을 보완하는 역할을 합니다. 처음에 만들 때는 이 재료가 들어간다는 걸 몰랐는데, 완성 후 뭔가 한 끗 부족하다 싶었던 이유가 타히니 때문이었나 싶습니다. 타히니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참깨를 따로 볶아 함께 갈아주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블렌딩(blending) 작업에서 주의할 점은 블렌더 과열입니다. 블렌딩이란 고속 회전 날로 재료를 분쇄하고 유화시키는 과정인데, 이 과정에서 모터에 열이 누적되면 기기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1~2분 갈고 잠깐 쉬는 것을 반복하면서 실제 갈아준 시간을 12분 정도로 유지하면 적당한 유동성을 가진 페이스트가 완성됩니다.
카다이프 볶기와 필링 완성도를 결정하는 변수들
카다이프(kadaif)는 가늘게 뽑은 밀가루 반죽 실을 겹겹이 쌓은 중동 전통 페이스트리 재료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의 천사채와 비슷한 형태로, 열을 가하면 바삭하게 튀겨지는 성질이 있어 두바이 초콜릿 특유의 크런치 식감을 만들어냅니다.
볶는 방법을 두고 의견이 나뉘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버터를 먼저 입힌 뒤 팬에서 볶는 방식이 확실히 풍미 면에서 낫다고 느꼈습니다. 버터의 유지방이 카다이프 표면에 고르게 코팅되면서 볶을 때 밀 자체의 고소함과 버터 향이 동시에 올라오는데, 그냥 볶는 것과는 차이가 납니다. 약한 불에서 천천히 볶아야 균일하게 색이 나고 타는 부분이 생기지 않습니다.
필링 조합에서 제가 직접 써봤는데 놓치기 쉬운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볶은 카다이프를 충분히 식힌 뒤 피스타치오 페이스트와 섞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뜻한 상태에서 섞으면 문제가 없지만, 페이스트 자체가 꾸덕한 경우에는 잘 섞이지 않아서 화이트 초콜릿을 예정보다 더 추가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화이트 초콜릿은 유화제(emulsifier) 역할도 겸하는데, 유화제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성질의 재료를 균일하게 결합시켜주는 성분입니다. 덕분에 필링 전체의 점도를 낮춰 성형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필링 성형 시에는 크기를 한 입에 들어가는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처음에 조금 크게 뭉쳐서 얼렸는데, 나중에 마시멜로 반죽으로 감쌀 때 두께 조절이 어려워서 꽤 고생했습니다. 26g 내외로 분할해서 작게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마시멜로 반죽,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이유
마시멜로 단계에서 겁을 먹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오히려 이 과정이 예상보다 수월했습니다. 재료 수급이 어려웠던 시기에는 마시멜로를 직접 만들기도 했는데, 휘핑기만 있으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갓 만든 마시멜로는 아직 굳지 않은 상태라 숟가락으로 쉽게 풀 수 있어서, 팬에서 기존 마시멜로를 저어 녹이는 과정보다 오히려 편한 면도 있었습니다.
이 레시피에서 콘시럽(corn syrup)을 사용하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는데, 콘시럽이란 옥수수 전분을 가수분해해 만든 당류로, 설탕과 달리 재결정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 성질을 가집니다. 덕분에 마시멜로가 실온에서도 딱딱해지지 않고 쫀득한 질감을 오래 유지합니다. 이 점 때문에 작업 속도가 느려도 괜찮고, 급하게 서두르다 실수할 필요가 없습니다.
완성된 마시멜로 반죽으로 피스타치오 필링 볼을 감쌀 때는 유산지 위에서 납작하게 밀어 편 뒤 손으로 감싸는 방식이 깔끔합니다. 다만 손과 스크래퍼에 기름을 살짝 발라두지 않으면 반죽이 계속 달라붙어 작업 효율이 크게 떨어집니다. 마무리로 코코아파우더를 입히면 겉면의 끈적함이 사라지고 완성도 있는 비주얼이 나옵니다.
국내 마시멜로 시장과 관련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 자료에 따르면 설탕류 가공품 수요는 홈베이킹 트렌드와 맞물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두바이 초콜릿의 유행이 이런 홈베이킹 수요 상승과 맞물려 재료 품귀 현상으로까지 이어진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던 셈입니다.
피스타치오 가격 동향을 보면, 2022년 이후 글로벌 피스타치오 공급량 변동이 국내 수입 단가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껍질 제거 커널 제품과 일반 제품의 가격 차이가 과거보다 많이 좁혀진 상태입니다(출처: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직접 껍질을 까는 수고를 생각하면, 커널 제품을 구할 수 있을 때 구입하는 편이 시간 대비 효율이 높습니다.
직접 만들어보면서 느낀 것은, 이 디저트가 맛있는 건 분명하지만 재료 준비부터 성형까지 일반 가정에서 소화하기에는 공정이 꽤 많다는 점입니다. 피스타치오 페이스트, 카다이프 볶기, 마시멜로 반죽까지 한 번에 진행하면 두세 시간은 가뿐히 넘어갑니다. 두바이 초콜릿 열풍이 생각보다 빨리 수그러든 데는 재료값 상승도 있지만, 이 만만치 않은 과정도 한몫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와그작케이크처럼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디저트가 계속 인기를 얻는 걸 보면, 식감의 대비를 즐기는 트렌드 자체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 번만 만들어보면 시판 제품이 왜 그 가격인지 이해가 됩니다.